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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 혼자 지낸다는 것

by 아도비 2021.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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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 혼자 지낸다는 것

 

오늘은 늦게 도착한 서랍장을 조립하며 하루를 보냈다.

가로 160, 내 키보다 큰 서랍장을 조립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나는 혼자서도 잘하는 여자이니까.

상대적으로 부피가 작은 서랍을 먼저 하나씩 조립하며 이내 서랍장 뼈대까지 완성했고

얼추 완성이 되었으니 이제는 기존 서랍장을 비워내 건물 입구에 꺼내놓는 것이 일이였다.

제품을 주문하기 전엔 조립을 할 수 있을까만 고려해보았고 버리는 것엔 신경을 쓰지 않았다.

혼자서는 약간 버거운 것이였다, 3단 서랍장을 버리는 것은.

내용물을 다 비워내고 서랍부터 하나씩 옮기기 시작할 때는 힘들기만 했고

프레임을 현관까지 옮기면서 혼자서는 절대 불가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가까이 거주하는 지인에게 헬프를 외치려 했다.

헬프사인을 보내기 전에 잠시 고민했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도움받는 것이 습관이 되면 안되는데.

하지만 황금같은 주말 저녁8시에 나를 위해 바로 달려올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다들 약속이 있었다.

내일은 내일의 일이 있기에 어떻게서든 오늘안에 마치고싶었던 나는

약간의 독기를 품고 눈을 부릅뜨며 나는 힘쎈사람!이라고 주문을 외웠다.

쿠탕탕 끼익끼익 소리가 나긴 했지만 결론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였다.

선견지명인지 서랍장은 2개로 분리가 되었고 조립하며 빨개진 손을 주무르며 잠시 쉬자 생각보다 힘이 세졌다.

2개를 모두 건물입구에 가져다 놓은 뒤 머릿속에 생각들이 많이 오갔다.

결국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였다.

내 머릿속에서만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였던 것이다.

내가 내 생각만으로 내 한계를 만들고 있었다는 생각에 조금은 소름이 돋았다.

작은 일을 크게 부풀려 생각해보자면 내 안의 무궁한 가능성을 몸뚱이보다 작은 뇌로 컨트롤할 수 있었다.

나는 앞으로도 뭐든 혼자서 하는 일이 될 것이다.

누군가와 사랑을 해도 그 사람이 내 모든일을 케어할수도 케어하지도 않을테니.

둘이 아닌 혼자가 되는 것은 예상보다 내가 둘에 적응이 되어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둘이였을 때는 혼자가 되어도 허전함만 있을 뿐 크게 차이가 없을 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보다 내 곁을 내주려 많이 노력했다는 걸 깨닫는다.

차근차근 하나씩. 작은 카테고리부터 큰 카테고리까지 단계를 밟고있는 것 같다.

성격은 급하지만 급하게 생각하지않으려 노력중이다.

아직 모든일은 마무리되지 않았고 어차피 그동안은 계속 힘들며 계속 생각이 날테니까.

혼자가 된 후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내 스스로 나만을 위해 결정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힘든 일을 겪으며 내면적 성숙함이 무르익은 것일까 타인이 붉지않았다.

나는 나만의 색이 있었으며 다른 여러 사람들도 그들만의 색깔이 있었다.

그저 그 색깔들이 매력적이며 아름답고 빛난다고 느껴졌다.

언젠간 내 안의 그들도 그렇게 용서할 수 있을까. 그래야 할까.

내 안과 밖은 짧은 기간 많은 변화들이 있었지만 PESM(정신적 과잉활동)증후군은 나아지질 않았다.

여전히 계속 생각을 하며 생각을 하는 가운데 또 생각을 한다.

그나마 생각의 가짓수는 많이 줄어든 듯하다.

요 몇 개월간 나의 블로그는 목적이 없다. 그래서 keyword나 theme이 없다.

머리만 앞세워 열 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것들에 대해 더 관심이 생겼다.

이봐라, 역시 PESM은 나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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