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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삶

by 아도비 2021.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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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삶

내가 열일곱 살 때 상상하던 내 십 년 후 모습은 지금의 삶과는 달랐다.

직장에서 인정받고 능력 있는 멋있는 커리어우먼이 되고싶었던 나는

마냥 멀게만 느껴지던 십 년 후에 내 모습은 그저 엄청 멋있는 완벽한 어른 일 거라 생각했었다.

생각보다 10년은 금방 흘러갔고 어릴 적 내 상상을 잊어버리고도 벌써 3년이 지났다.

성인이 되고 어른이 되면 여유로운 생활과 넓은 집에서 어른의 삶을 살 거라 생각했지만

1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만큼 나이만 먹은 것 같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지만 세상살이는 녹록지 않았고

어른이라는 것은 그냥 어린아이 입장에서 만들어낸 동화에 불과한 것 같다.

어린아이 입장에서 어른은 멋있고 완벽하고 모든 일을 척척해내는 다 큰 사람.

어른이 된 나의 현실은 권리가 생긴 만큼 책임질 것들도 늘어난 내 몸 하나도 간수하기 힘든 사람.

생각을 바꿔 지금부터 십 년 후를 상상해보기로 한다.

열일곱 나이 때만큼 엄청난 기대감은 없지만

돈도 꽤 모았을 테고 직장에서도 꽤 인정받아 자리 잡았을 테고

지금보다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있었으면 좋겠고

나이를 허투루 먹었다는 소리는 듣지 않는 중년이었으면 좋겠다.

상상하면서 웃음이 났다.

뭔가 더 현실적으로 상상을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돈을 아껴 써야겠고 공부도 해야겠고

이사를 가기 위한 돈도 모아야겠다.

한 가지 장점이 있다면 어른이라는 것을 겪어보았기 때문에 좀 더 상상에 가깝게 계획을 세울 수 있달까.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이 좋다.

내가 살고 있는 집, 내 얼굴, 내 일, 일 끝나고 맥주를 마시는 내 모습까지.

예전의 나는 모델하우스 같은 집을 좋아했다.

깔끔하고 깨끗하고 정갈하여 완벽한 모습.

무엇 하나라도 흐트러져 있거나 정갈하지 않으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은 조금 더 인간적인 내 모습이 좋다.

모델하우스보다 사람 냄새가 난다고 할까.

자기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며 사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여행 가자. 푸껫 갔다 오니까 너무 좋아. 또 가고 싶어.

얼른 또 돈 모아서 여행 갈 생각으로 버텨.'

내가 상상한 어른의 삶은 이런 게 아니었다.

그의 삶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 자체가 쫓기지 않는 여유로운 삶일 거라 상상했는데

어른이 된 우리의 삶은 그렇지 않다.

현실은 힘들고 생각보다 험했다.

전투적인 낮을 보내고 밤이 되면 무사히 마친 전투에 안심하며 술을 마신다.

'오늘도 고생했고 내일도 고생하자'라며.

'로또나 맞았으면 좋겠다'라며.

지금부터 바꿔야겠다.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배웠고 별 탈 없이 하루를 마쳤으니 맥주를 마시며 기뻐하자.

오늘 하루를 나쁜 일 없이 보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상상했던 어른의 삶은 아니지만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는 어른의 삶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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