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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ahBlah

하루의 마지막 산책

by 아도비 2021.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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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마지막 산책

어제에 나의 마지막 산책은 병원을 다녀오는 것.

오늘에 나의 마지막 산책은 가족과 함께.

나에게 가족이란 멀고도 가까운 존재.

서로를 가장 잘 알면서도 제일 모를 수밖에 없는 관계.

며칠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고 오늘은 잠시 나를 놔주었었다.

그래, 어디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

달이 비추는 공원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하늘에도 달이 하나 호수에도 달이 하나.

그 달빛을 받은 나무들은 은은하게 녹색빛을 내고 있었고

바람은 시원하게 내 머리칼을 흩날렸으며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시원함을 더해주었다.

하늘은 하얗고 파랬으며 하얀 것에 살짝 비치는 달은 하염없이 쳐다보고 싶은 비주얼이었다.

서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넓은 광경을 보고 있자니

나의 고민을 호수에 던져보고 싶고 내 걱정을 바람에 날려보내고 싶어졌다.

사람은 자연에 속해있지만 자연이 될 수 없나 보다.

"그 엄마가 '얘는요, 나이가 30살인데도 아직도 하고 싶은 게 없어요. 앞으로 뭐 하려나 몰라요.'그러는데

또 그 딸은 '네 맞아요. 제가 좀 그래요.'라고 하더라고."

정작 나는 뭐가 하고 싶은 걸까.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지나가는 저 사람들은 과연 본인들이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걸까.

어렸을 적 꿈꾸던 혹은 본인의 꿈대로 사는 사람은 누구며 어디 있을까.

정말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걸까.

내 꿈은 뭘까.

"요새 그냥 나 또 다리가 안 좋아지고 그래서 또 우울감이 몰려와서 그냥 잠수탄거야"

이 친구의 다리를 내가 좋게 만들어줄 수 없다.

그래서 이 친구의 우울함을 내가 해결해줄 수가 없다.

내가 이 친구의 우울함을 해결해줄 수 없기 때문에 내 우울함 또한 이 친구가 해결해줄 수가 없다.

나는 두 다리 모두 안 아프기 때문에 다리가 아픈 친구의 입장을 모른다.

더군다나 억울하게 다리를 다치게 된 이 친구의 심정은 짐작도 할 수 없다.

"술 마시고 싶으면 전화해. 누나가 가마."

내가 너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위로다.

"야, 낚시하러 가자. 바람도 쐬고 고기도 먹고."

"너는 나에게 엄청 소중한 존재야. 니가 있어서 정말 좋아. 사랑해."

"내가 언니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못돼줘서 미안해. 언니는 현명하니까 잘 선택하리라 믿어."

고마운 관심들. 나를 걱정해주는 마음들.

인간은 누구나 외로움을 타고 이 세상을 혼자 살아가기에는 너무 외롭지만

어찌 보면 외로울 틈이 없는 것도 같다.

친구들, 오빠, 언니의 챙김을 정중히 마다하고 혼자 있기를 자청했지만

오늘 하루의 마지막 산책으로 마음이 가득한 하루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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