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lahBlah

무제

by 아도비 2021. 3. 15.
728x90
728x90

무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아무것도 재밌지 않고 아무것도 해야 될 필요성을 못 느끼는 때.

빨래도 해야 하고 침대시트도 정리해야 하고 쓰레기도 치워야 하고 옷도 정리해야 하지만

머리가 시키는 대로 하기엔 마음이 너무 무거운 날이 있다.

캄캄한 방에 혼자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며 나는 자유롭다며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지만

정작 네모난 방 안에 가둬놓는 건 나인 것 같다.

네모난 정사각형만큼의 자유에 가둬놓아 즐기는 자유.

스타필드에 가서 오랜만에 눈요기를 하며 마음에 드는 물건도 구입했다.

타타면인가하는 땅콩소스가 들어간 라면도 먹었다.

눈앞이 화려해지는 것은 기분이 좋다.

하지만 그때뿐인 걸 보니 일시적인 도피였나 보다.

눈앞이 아니라 나를 화려하게 해야 기분이 더 좋아질까.

기분이 더 좋아질 필요는 굳이 없지만 지금보다는 좋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파도가 치는 것을 보며 바닷가에 돗자리 펴놓고 밤새 파도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아무도 없는 맑은 바닷가에서 혼자 마음껏 수영을 해보고 싶다.

앰프가 미친 듯이 요동치는 클럽에 가서 나도 미친 듯이 춤추고 싶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 텐트 치고 한가로이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불빛이 없는 시골 속에 가서 달빛에만 의존하며 반딧불이를 보고 싶다.

하늘이 맑아서 별이 잘 보이는 밤에 망원경으로 밤새 별구경이 하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누워서 천장만 하루 종일 바라봐 보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이 바뀌었다.

내 안의 작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란 뜻일까.

"시간도 때우고 돈도 받고 얼마나 좋아."

space clearing

잠시만 내 인생을 무제로 두려 한다.

내가 원하는 주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728x90
320x100

'  BlahBlah'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실 속 가상 현실  (0) 2021.03.15
인간의 미션​  (0) 2021.03.15
딴따라 블루스  (0) 2021.03.15
하루의 마지막 산책  (0) 2021.03.15
불투명한 미래​  (0) 2021.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