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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ahBlah

현실 속 가상 현실

by 아도비 2021.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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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 가상 현실

오랜만에 노트북을 켰는데 업데이트를 하더라.

지구는 내 중심으로 움직이는 거랬나.

나는 가만히 있어도 밖에서 차는 움직이고 휴대폰은 혼자서 알림을 울리고 오늘은 벌써 금요일이다.

하루는 친구 생일파티로 늦게까지 즐겁게 웃고 떠들며 술을 엄청나게 마셨다.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침대 속 가장 안전한 공간에서 누워만 있었다.

하루는 강남을 갔다가 친구가 전화와 담배를 하나 피고 집으로 갔다.

하루는 낯선 사람들을 만나 밥을 먹고 술도 먹고 노래주점에서 미친 듯이 웃고 춤추고 놀았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 같다.

내가 축이 되어 세상이 돌아가고 세상은 업데이트되고 변화되지만

나는 그저 축인 것 같다.

술을 엄청나게 먹은 다음 날도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새벽 5시까지 미친 듯이 놀아도 다음 날에는 역시 아무렇지 않았다.

친구를 만나도 다음 날은 또 똑같았다.

버튼 하나만 눌렀을 뿐인데 나보다 납작하게 작은 노트북도 알아서 업데이트를 하는데

세상이 컴퓨터고 내가 소프트웨어라면 나는 버전이 몇쯤 될까.

복원도 아닌 것 같고 백업도 아닌 것 같고.

그저 세상 한가운데 일자로 박혀있는 축.

세상이 돌아가고 진화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관광객.

걸어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웃는 사람들을 한번 보고

춥게 옷을 입은 사람,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

저 사람들은 나와 같은 축을 가지고 있는 걸까.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나는 변했지만 변하지 않았다.

한동안은 세상의 축으로 만족해야 할까.

현실 속 가상현실의 나는 어떻게 레벨업을 해야 좋을까.

누르면 업데이트는 버튼이 있었으면 좋겠다.

누가 그 버튼을 만들어 주었으면 더 좋겠다.

할 말이 많은데 입이 안 열어진다.

머릿속은 복잡하지만 입 밖으로 꺼낼 글자들은 몇 개 되지 않는다.

내 안에는 많은 글자들이 있지만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의 세상에서 내가 곁드려지는 게 아니라서 다행일까.

내 착각일 수도 있겠다.

역시나 할 말이 적어지는 머릿속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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