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728x90

물속
아침이 되어도 빛이 들어오지 않는 캄캄함 속에
눈을 떠 하얀 텀블러에 물을 담아 마셔본다.
한 모금을 마신 것 같은데 한 잔이 비워진
텅 빈 곳을 보며
물도 이 마음도 채울 길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한 길 물속은 알아도
열길 물속은 모른다는 것이
물을 넣어 한 길을 채워도
역시나 열 길이라는 것일까
마신 듯 바로 사라지는 한길 물속은
소리 없이 사라진다.
누군가가 그랬었지.
평생 캄캄한 곳에서 혼자 처박혀 있으라.
지은 죄도 없는 내가 그리 하기를 자처하였건만.
신이라는 것이 운명의 장난을 하는지
이 캄캄함 속에 진지함이 어느새 들어왔다.
그동안 패였던 우물의 목마름을 채울 순 없겠지만
우물이 존재하는 그 땅에는 비가 내리라 믿는다.
나는 오늘도 목마름을 허기짐으로 착각하며
물 한 모금 대신 담배를 한 모금 마셔본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내 우물을
이 누군가는 그 깊이를 모르길 바라며
한 숨, 두 숨 내쉬는 담배연기에 얹어
흘려보내 본다.
728x90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