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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ahBlah50

고아가 춤을 추다 고아가 춤을 추다 ​ ​ ​ 어렸을 적 자의적으로 고아를 택했던 나는 어린 내 인생에 있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해주는 춤이 유일한 삶의 이유이자 목표였다. 흔들흔들, 살랑살랑. 노랫가락에 몸을 맡긴 채 움직이다 보면 지저분하게 엉킨 머릿속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그때는 참 순수하게 엉킨 뇌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투성이더라도 좋았었는데. 지금에 와보니 더럽게 어지러진 지금 기억 속 궁전보다 '참 순순했구나.'싶다. ​ ​ 순수했다고 안 고되진 않았다. 하루하루가 고생의 연속이었고 술 취함이 단잠의 약이었다. 머리 노란 집 나온 미성년자 꼬맹이. 그런 꼬마에게 거릴 것 없이 서스름 없게 대하던 나의 눈에 어른들이란 해하려는 자, 지켜주려는 자 둘로 나뉘었다. 참 많이도 당하고 고마운 일도 많아 복이 .. 2021. 4. 2.
물속 물속 아침이 되어도 빛이 들어오지 않는 캄캄함 속에 눈을 떠 하얀 텀블러에 물을 담아 마셔본다. 한 모금을 마신 것 같은데 한 잔이 비워진 텅 빈 곳을 보며 물도 이 마음도 채울 길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한 길 물속은 알아도 열길 물속은 모른다는 것이 물을 넣어 한 길을 채워도 역시나 열 길이라는 것일까 마신 듯 바로 사라지는 한길 물속은 소리 없이 사라진다. 누군가가 그랬었지. 평생 캄캄한 곳에서 혼자 처박혀 있으라. 지은 죄도 없는 내가 그리 하기를 자처하였건만. 신이라는 것이 운명의 장난을 하는지 이 캄캄함 속에 진지함이 어느새 들어왔다. 그동안 패였던 우물의 목마름을 채울 순 없겠지만 우물이 존재하는 그 땅에는 비가 내리라 믿는다. 나는 오늘도 목마름을 허기짐으로 착각하며 물 한 모금 대신 담배.. 2021. 3. 29.
부탁합니다 부탁합니다 부탁합니다, 간곡히. 처음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제발 부탁합니다. 내가 애정하는 모든 이들이 슬프지 않도록. 2021. 3. 27.
The Present The Present 각자가 생각하는 다른, 선물의 의미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주고 너가 받고 싶은 것을 주며 내가 받고 싶은 것도 주고 너가 주고 싶은 것을 받고 내가 원한 것은 도망이 아닌 도움이었고 그것은 내게 선물이 될 수 있었다. 입장의 차이가 너무나 극명하지만 이럴 땐 내게 선물이 되는 사람이 더 가까운 법 가깝다 생각했을 때가 더 선물이 아니게 되는 법 ​ ​ 조그만한 상처상자를 주는 것은 마음이지만 내가 받음으로써 생채기가 생기는 것은 마음이지 않다. 그녀는 내게 왜 남들보다 못한 그 상자를 주었을까. 그것이 미안함이 되어 점점 커지는 상자가 내게 있는 것일까 내가 뻗은 손을 잡아줌이 내겐 무엇보다도 큰 선물이었을텐데 이미 받은 상자를 품에 담고 참 씁쓸하다 생각을 해본다. ​ 2021.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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