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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ahBlah50

선물 선물 오늘 밤 하늘에 떠 있는 손톱달 하나가 너무 예뻐서 잠시 멍하게 쳐다만 보다 문뜩 당신도 저 달을 보고있을지가 궁금하다. 물가를 가로질러 당신에게 가면 주머니속 내 손안에 담긴 손톱달을 받아주나. 저벅저벅 발걸음 소리만 들릴 뿐 당신에게 향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2021. 3. 23.
늦은 빨래 늦은 빨래 나는 그대를 위해 세탁을 하겠소. 넓디 넓은 바닷물에 뿌려도보고 시간을 거슬러 돌아도 가보고 나는 그대를 위해 세탁을 하겠소. 뚜껑을 열고 더러움을 담아 세재를 넣고 다우니까지는 바라지도 않겠소. 그대를 위해 내가 대신 세탁을 해주겠소. 이따금씩 돌아오는 현실이 물에 씻겨져 내려갈 수만 있다면 더한 것도 할 것 같소. 2021. 3. 21.
미운 정 미운 정 혐오하고 아웅다웅 죽네 못사네하며 2년이란 시간을. 이제는 덜 미운 걸 보니 미운 정이란 게 들었나 보다. 이제는 좀 살아도 되는 걸까. 나만의 지구를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은걸까. ‘너 때문에 내가 지금 이렇게 힘들잖아. 너의 한 순간 잘못된 선택 때문에.’ ‘그래도 나 나름대로는 굉장히 신중했던 건데.’ ‘신중은 개뿔. 이제 더 이상은 널 신뢰할 수 없어.’ 그래. 난 아직도 너를 용서할 수 없고 지금의 너 또한 감당할 자신이 없다. 2021. 3. 20.
담배 한 개비 담배 한 개비 드뷔시 달빛이 귀에 들려오고 눈을 떠 주변을 돌아보며 현실감을 되찾는다. 으아. 밤새 움직이지 않은 몸에 기지개를 켜며 조금이나마 뻐근함도 털어본다.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이제서야 시야에 들어오는 전날의 흔적들. 하나 둘 몸을 굽혀 바구니에 주워 담기 시작하며 세탁기 속에도 하나 둘 주워 담은 것을 주워 담는다. 세재를 넣음으로써 우렁차게 시작을 알리고 나는 그 소리를 베개 삼아 늦은잠을 다시 청해보고 어느덧 꿈속에 빠진 나는 어금니가 흔들거림을 느끼고 이윽고 오른쪽 어금니는 빠져버렸다. 참 정들었는데. 내 어금니는 그렇게 내 곁을 떠났다. 참 정들었었는데. 다소 경쾌한 멜로디가 빨래의 끝남을 알리고 꿈은 안중에도 없단 듯이 빨래를 널으러 몸을 움직인다.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정말 내.. 2021.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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