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것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떠한 경험으로도 메꿀 수 없는 연륜이 생김을 의미하는 것 같다.
늙어가는 것은 슬프지만 인정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점차 성숙되는 것이 아닐까.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안에서부터의 나를 채울 수 있는 것이니까.
"저는 어렸을 땐 외모를 많이 봤는데, 이제는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 좋더라고요."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겉모습을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을 수도 있겠다.
업무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문득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그러다 그것은 나무의 나이테가 생기듯 연륜이 차곡차곡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어졌다.
예민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단체생활 속에서의 불편함을 느끼며
자기 자신이 예민한 것을 깨닫고 고쳐나갈 수도 있고,
온순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사람에게 치이며
이렇게 살면 본인이 만만하게 비칠 수 있겠다고 깨달을 수도.
어떻게든 사회생활은 사람을 둥글게 다듬어주는 것도 같다.
물론 형태는 다르겠지만.
그래서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을 뵈면 차분하면서도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다.
각자의 모양이 다르듯, 나는 예의를 굉장히 중요시 여긴다.
나조차도 어렵지만 겸손하며 나이에 상관없이 예의 바른 사람을 좋아한다.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
우리 집안은 장유유서가 굉장히 중요한 집안이다.
첫째는 동생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하며 동생들은 그만큼의 대우를 해야 했다.
글자로 적으니 좋게만 생각되지만 안 좋은 면은 약간의 꼰대스러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선배들에게 깍듯하기 때문에 후배들이 예의가 없으면 되게 혼냈었다.
내가 손윗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추기 때문에 손아랫사람들이 예의 없는 것을 매우 못마땅해했다.
하지만 조금씩 나이를 먹으며 그것이 나름 잘못된 사회 관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예의가 바른 것은 내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예의가 바른 것이다.
내가 예의 바름이 중요하다 해서 타인에게 예의를 강요할 수는 없다.
회사생활을 하며, 내가 이끌어야 할 사람들에게는
내가 선을 지켜주어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린 친구들에게 잔소리는 꼰대스러움이었고 에너지 소모에 비해 효과적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내가 부족함을 누군가에게서 배웠듯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누군가를 부족하게 생각하듯 누군가도 나를 부족하다 생각할 테니까.
그래서 나는 겸손하며 누구에게나 예의 바른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회에서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나이는 그저 무료로 생길 뿐이다.
내가 나이가 많아 연륜이 생긴 것은 내 입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풍기는 것이었다.
20대 초반 때 정말 열심히 결심했었다.
'나는 저 나이가 되어서도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나는 절대 저렇게 나이 먹지 말아야지.'
절대 잊지 않을 것이고 대물림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예의를 지키고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어른이 되는 것.
내가 보는 어른이 잘못됨을 투덜거리기보다 내가 먼저 그런 어른이 안되어
그런 풍습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나는 굉장히 예민하고 예민해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 사람이었다.
강박과 완벽주의가 심해 엄청난 책임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에 따른 스트레스 또한 엄청나게 받는 타입이었다.
그래서 일적으로는 칭찬과 인정을 많이 받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나를 채우기 급급했지 속을 들여다볼 생각을 안 했었다.
청각, 후각, 시각이 예민했고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멀티적으로 일을 할 수 있었지만
퇴근 후 녹초가 되기 일쑤였다.
점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계에 도달했음을 느꼈지만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렸었다.
지금은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으니 단단하게 채우며 가고 싶다.
조급해하지 말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조금 늦어도 괜찮으니 단단하게.
일도 중요하지만 나도 챙겨가며.
미래도 중요하지만 현재를 즐기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지금 이 순간도 흘러가는 시간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으니.
이제라도 이런 것들을 깨달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세상 모든 일에는 각각의 이유가 있고 장단점이 존재하니까.
이제부터는 나이 먹는 속도를 늦춰볼까 한다.
' BlahBlah'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른의 삶 (0) | 2021.03.15 |
---|---|
공황장애 ; 조금 더 진화된 인간 (0) | 2021.03.15 |
용서란 마음에 방 한 칸을 내어주는 것 (0) | 2021.03.15 |
새 출발 ; 각자 다른 start line (0) | 2021.03.15 |
홀로서기 ; 혼자 지낸다는 것 (0) | 2021.03.15 |